0.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2017년도에 CPA에 진입하여, 반년 만에 시험 준비를 접고 복학하여 두 학기 동안 학교를 다녔다가, 2018년도 2학기에 재진입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다음, 초시인 2019년도 1차 시험에서 매우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행운이 따라서 합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2차 시험은 1차 시험과 차원이 달랐고, 적은 공부량에도 1차 시험을 합격하였다는 사실에 스스로 오만방자해진 저는, 첫 2차시험에서도 머리만 믿고 공부를 소홀히 하다가 결국 전설의 회세감버동이 되었습니다(회세감버동이란, CPA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은어인 ‘감버동’을 응용해서 제가 지은 이름이고, 의미는 ‘재무회계, 세법, 회계감사를 버린 동차생’이란 뜻입니다). 그렇게 동차 때 재무관리와 원가관리만을 시험봤고, 원가가 56점이 나오면서 4유예라는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저란 인간이 바뀌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4유예라는 결과를 받들기 전까지 이십몇년간의 삶 동안 아주 거만한 사람이었으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어차피 머리로 수능을 잘 볼 것이라고 생각하여 내신 평균등급이 8.3등급이 되도록 공부를 아예 하지 않았고, 대학교 학점도 0점대 학점도 받아봤으며 CPA에 진입하고 나서도 거의 하루걸러 하루 꼴로 음주가무를 즐겼습니다. 이처럼 오만하기 그지 없으며 망나니같이 살아온 제가, 처음으로 노력 없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넘지 못하는 벽을 첫 2차 시험 때 느꼈으며, 피눈물 흘리는 심정으로 지난 나날들을 후회하였습니다. 그리고 학교 고시반에 입실하여 새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정말 가열차게 공부하였으며, 결국 1차, 2차시험을 다시 한번씩 응시하여, 지금 이 합격수기를 쓰는 시점에 떳떳하게 회계사가 되어 있습니다.
저의 수기는 전형적인 수험생들의 수기와는 그 유형이 매우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매우 솔직하게 작성하였고, 공부방법 측면에서 제가 연구한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 글을 읽어보시는 분들 모두 자신에게 긍정적 영향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특히, 저와 같이 평소에 유혹에 잘 넘어가고 노는 것을 잘 절제하지 못하여 공부시간을 많이 확보하지 못하여 걱정이 되는 분들이나, 공부는 많이 하는데 효율이 오르지 않아 걱정이 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성하였습니다.
1. 수험기간
저는 분명 초시유예합격을 한 것이 맞지만, 사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애매한 것이, 중간에 시험도 보지 않고 시험 준비를 중단하였다가, 나중에 다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은 ‘2. 진입시기’ 부분에서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따라서 중간의 공백기를 제외한 순 수험기간은 2년반이고, 포함한다면 3년반입니다. 먼저 ‘2017년 1월~7월’에 처음으로 진입하였다가 CPA준비를 중단하였고, ‘2018년 7월~2020년 6월’에 다시 재진입하여 첫 1차 시험을 봐 합격하였고, 첫 2차 시험에서는 4유예를 띄웠고, 다시 1차 시험을 봐 합격하여 ‘4유동’이 되었으며, 4유동으로서 본 이번 2차 시험에서 합격하여 회계사가 되었습니다. 공부장소는 사실 너무 많은 장소들을 돌아다녀서 특정짓기는 힘듦니다. 저의 노력 부족을 장소 탓을 하며 외부귀인하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학교 열람실에서 주로 공부하였던 것 같고, 4유예를 띄우고 정신을 차린 시점부터는 학교 고시반에 입실하여 그 고시반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본가에서도 공부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2. 진입시기
저는 2017년도 1월에 처음으로 CPA 시험에 진입하였습니다. 같은 과의 친구들 중 5명이랑 함께 준비를 시작하였고, 학교 열람실에서 다같이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첫 20일 가량은 정말 모범생처럼 공부를 하였으나, 그 때 저의 생일이 겹치면서 다같이 생일파티를 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거의 1주일에 공부를 한 날이 3일이 채 안되도록 공부하였습니다. 그렇게 한심한 수험기간 6개월을 보내고 나니, 진도상황은 매우 처참했습니다. 회계, 재무관리, 원가, 경제학 기본강의를 겨우겨우 완강한 상태였고, 세법은 절반도 못 들은 상태였습니다. 그나마 완강한 과목들마저 완강 후 아예 복습을 하지 않아 사실상 무지에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7월에, 친구들 중 4명은 CPA를 접었습니다.
저는 혼자 그래도 끝까지 해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본가에 내려가서 세법을 고통스럽게 완강하였습니다. 그렇게 뿌듯하게도 세법을 완강하고, 저도 이제 처음으로 2회독이라는 것을 해보기 위해서 세법 접대비 파트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접대비라는 주제의 세부적인 디테일을 까먹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접대비라는 것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자체를 통째로 까먹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 크게 충격을 받았고, ‘아 이건 사람이 할 게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저도 CPA 시험을 접었습니다. 그 후 2017년도 2학기와 2018년 1학기는, 표면적으로는 학점을 채우며 앞으로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실질적으로는 재미있게 노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2018년도 여름에, 결국에는 학점도 낮고, 그 어떤 활동도 한 것이 없어 CPA말고는 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결국 다시 CPA에 재진입하였습니다.
3. 학교의 영향과 마음가짐
저는 최종합격자 기준 TOP 10안에 드는 대학교를 재학중입니다. 확실히 TOP 10 학교에 속해 있으면, CPA를 준비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습니다. 일단 TOP 10 대학교 모두 우리나라 상위권 대학이므로, 이 시험을 준비할 만한 충분한 적격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만큼 매년 CPA 합격생을 다수 배출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고, 학교 고시반을 운영하고 있을 수 있으며, 주변에도 CPA를 준비하는 선후배, 동기들이 많아 같이 의지하면서 수험기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확실히 고시반이 있으면, 자체 모의고사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고, 강제로 일정에 맞추어 모의고사를 응시해야하기 때문에 저와 같이 자주 흐트러지는 사람에게 매우 적합했습니다.
CPA에 진입할 때의 마음가짐은 수험기간 몇 년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부분에서 실패하였습니다. 그저 주변에서 CPA 하는 사람들이 많고, 전문직이면 돈 잘 벌고, 학점은 낮고 등의 이유로 CPA를 시작하였고, 마음가짐은 ‘난 큰 시험에 강하니까 되겠지 뭐’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진입하였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험을 그 따위 마음가짐으로 진입하였으니, 6개월 동안 기본강의 4과목을 겨우 완강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완벽한 마음가짐은 딱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 시험을 준비해야하는 명확한 당위성이 있어야합니다. 회계사가 뭐하는 직업인지도 모르고, 그저 돈 잘버니까, 전문직이니까 진입하는 것은 고시낭인이 될 수 있는 완벽한 지름길입니다. 명확한 목표의식 없이 진입하게 되면, 처음에는 열심히 할 것이지만 곧 CPA의 압도적인 양에 놀라게 될 것이고, 이 때 이를 극복해내는 의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현실 도피를 하게 될 위험성이 높습니다.
저는 4유예가 뜨고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생각 없이 진입하였으나, 4유예가 뜬 절망적인 시점에서 오히려 저는 ‘나에게 이 시험을 계속 준비해야만 한다는 명확한 당위성이 있는가?’ 라고 깊게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그 결과 정말 회계사가 너무 하고싶고, 이거 아니면 좋은 대기업을 간들 평생 후회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로 모든 것이 명확해지고 공부가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로,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머리가 있는지 현실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이 또한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막연하게 할 수 있겠지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너무 낙관적이지도 않고 너무 비관적이지도 않게 냉정하게 자기 자신의 능력을 파악하여야 하고, 그 결과 어려울 것 같으면 진입하면 안됩니다. 사람들은 보통 ‘머리’라고 하면 두뇌의 뛰어난 연산장치로 인한 천재성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머리’라는 것은 단순히 뛰어난 연산장치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저는 열심히 할 수 있는 능력, 즉 사람들이 노력이라고 부르는 요소 또한 머리라고 생각합니다. 노력할 수 있는 능력도 타고나는 선천적인 요소입니다. 따라서 노력 또한 머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노력은 후천적인 요인으로 인식하여, 진입하는 수험생분들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타고난 기질이며,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명확한 당위성은 이미 내재되어 있는 ‘노력할 수 있는 머리’를 발현시켜주고 그 장애물들을 치워주는 것 뿐입니다. 진입 전에 이러한 노력하는 머리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은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진입 후에는 명확합니다. 딱 3번, 1차를 3번 떨어지면 그 사람은 접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3번 떨어지면 연산장치 측면의 머리가 이 시험을 붙기 위한 적격성이 떨어지는 것이거나, 또는 노력할 수 있는 머리가 이 시험을 붙기 위한 수준에 미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내가 지금까지 열심히 안해서 떨어진 것이고 이제 진짜 열심히 할 것이니까 걱정 없다’ 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 사람은 몇 년간 시간만 낭비하고 평생 붙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빠르게 접을 수 있는 것도 능력입니다. 실제로 제 친한 형 중 한명은 2년동안 CPA를 준비하였으나, 타이트한 고시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였고 두 번의 1차시험에서 모두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이 시험을 붙을 수 있을 만한 수준의 노력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직시하고, 자신의 능력에 적합한 다른 진로를 찾았으며, 지금은 회계사보다도 고연봉을 받는 외국계 컨설팅 펌에 다니고 있습니다.
4. 학과의 영향
저는 상경계열이기는 하지만, 경영대학은 아닙니다. 제가 경영대학 학생이 아니었으므로, 경영대학생으로서의 장점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경영대이면서 CPA를 준비하였던 친구들의 사례를 보면, 확실히 그 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CPA에 처음 진입하였을 때 많은 수험생분들이 엄청난 괴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우선적으로 CPA의 압도적인 양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계학 및 그 외 과목들이 우리가 지금까지 살면서 본 적이 없는 특이한 과목들이기 때문에 매우 낯설다는 점에서도 기인합니다. 저도 처음에 공부를 하면서, 아무리 인강강사가 설명을 해주어도, 문제를 푸는 방법을 알겠으나 그래서 이게 지금 무엇을 하는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고, 보통 그렇게 느낀 부분들은 순식간에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경영대 학생이라면 적어도 회계나 재무관리 등의 과목의 기본적인 것들은 이미 배운 상태로 진입할 수 있고, 적어도 그 과목들에 친밀하게 접근하기 용이할 것입니다. 또한 과목들이 겹쳐서 휴학을 최소화하고 학교수업과 병행하기도 편리합니다. 저도 경영대학생은 아니지만, 식품자원경제학과이므로, 적어도 경제학 하나에서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실제로 올해 1차 시험과 같이 경제학이 어려웠던 해에서도 충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5. 과목별 공부방법 : 1차
이 부분은 제가 제일 자신 있는 부분으로, 제 수기를 읽어주시는 합격생분들께서 각자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잘 활용할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일반경영
일반경영은 정말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과목입니다. 일단 가장 내용 자체가 쉽습니다. 약간 학교 교양수업 같은 느낌입니다. 저는 경영학을 학교에서 들어본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기본강의도 듣지않고 전수환 강사님의 객관식경영학 인강을 들었습니다. 매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의도 40강정도밖에 안돼서 정말 부담이 없습니다. 이 강의를 들으면서, 객관식 책에 있는 개념을 교양수업 공부하듯이 공부하고, 객관식 문제들을 한번 풀어보면 1회독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다음에 혼자 한 회독만 더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경영학은 뭐 대단한 개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시험장에서 틀리게 되는 이유도 책에도 없는 문제들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책에도 없는 문제들은 다들 틀립니다. 그걸 맞추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역효과를 야기하는 공부방법입니다.
시험장에서의 느낌은 정말 이상한 과목입니다. 애초에 객관식 책 자체가 앞으로 나올 새로운 개념이 당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기출된 문제들과 관련된 개념만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너무 많은 문제들을 찍게 됩니다. 저는 시험장에서 수도 없이 찍어나가면서 ‘이렇게 찍는게 CPA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경영학은 모르는 개념이 나와도, 도덕시험처럼 은근히 답 같은 선택지가 답인 경우가 많아서 시험장 느낌보다 훨씬 잘 나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적정 시작 시점은 12월입니다.
재무관리
1차 재무관리는 2차와는 다르게 정말 쉬운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개인적으로 16문제 중에 3문제 정도 틀리면 적정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시생이라면 재무관리 기본강의를 듣고, 아마 다른 과목들에 치여 많이 복습을 못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라면 1월 즈음에 일일특강을 통해서 다시 되살리는 전략이 나쁘지 않습니다. 어차피 난이도가 정말 쉽기 때문에, 3개 이하로 틀리는 데에는 일일특강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재시생부터는 아마 재무관리 2차강의를 들을 것이기 때문에, 그 경우라면 객관식 문제는 안 풀어도 되고, 2월에 막판에 10개년 기출 중에서 몇 개만 연습삼아 풀어보면 충분합니다.
경제학
경제학에 대해서 저는 상당히 급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경제학이 1차 전과목 중에 제일 어렵습니다. 아마 2차과목에 경제학이 있었다면, 원가와 재무관리에 이어서, 또 하나의 죽음의 과목이 생겨났겠죠. 경제학은 정직한 과목이 아닙니다. 아무리 객관식 책을 수도 없이 회독한 들 크게 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가 생각하는 최적의 전략은, 공부를 오히려 적게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한계효익이 적은데, 그 조금의 한계효익을 위해서 회계나 세법처럼중요한 과목들에 써야할 시간을 희생하여 경제학에 투입한다면 그것은 매우 부적절한 방법입니다. 따라서 저는 김판기 강사님의 객관식강의 (기본강의는 비상경계열이라면 듣는 것을 추천하고, 상경계열은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를 듣고, 미시는 객관식 책을 다시 풀어볼 필요도 없이 그냥 일일특강에 있는 150문제만 풀고 가고, 거시는 그래도 객관식 책에 있는 800문제 가량 중에서 1/3 정도로 추려서 풀고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시험장에서, 저는 경영학->재무관리->거시->미시 순서대로 풀었습니다. 미시는 푸는데 시간은 엄청나게 걸리는데, 그와중에 답을 맞추는 것조차 상당히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공인경제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미시를 무조건 마지막에 풀어야 됩니다. 그래도 거시는 그에 비해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따라서 거시에서 대부분의 문제를 맞추고, 미시에는 20분가량의 시간만 투자하여 반타작만 해도 성공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험 전에 점수 예산을 짜볼 때, 경제는 그냥 60점이다라고 생각하고 예산을 짰습니다. 경제를 80으로 올리겠다는 생각보다, 경제는 60점이고 나머지를 올려서 합격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세법
세법과 재무회계가 결국 CPA의 핵심입니다. 1차에 경상경(경영, 상법, 경제)가 과목으로 있다고 하여, 세법과 재무회계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저는 항상 ‘결국엔 회세다’라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결국 1차를 떨어지는 이유는, 회계와 세법을 못해서거나, 회계와 세법을 못해서 회계와 세법에 막판까지 시간을 투자해야해서 경상경 과목들을 챙기지 못하는 두 가지 경우 밖에 없습니다. 회계와 세법은 고수인데, 경상경 과목들을 못해서 1차를 떨어졌다고 하는 사람은 본 적 없습니다. 결국, 1차 수험기간의 1/3정도는 세법에 쓴다고 생각하고 세법 공부에 주력해야합니다. 개인적으로 재시생부터는 연습서를 12월말까지 보고, 객관식 세법은 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객관식 감을 올리기 위해 막판에 ‘김영서 300제’와 같은 압축된 객관식 책을 풀어보고 가면 적당한 것 같습니다.
상법 ★자신있는과목
상법만큼은 제가 자신 있게 강사분을 추천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다른 강사님의 강의를 들어본적도 없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알립니다. 저는 심유식 강사님의 기본강의를 들었고, 두번째 1차시험에 대비할때는 아예 인강을 듣지 않았습니다. 객관식강의도 당연히 듣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과목을 한번의 강의로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심유식 강사님의 정말 수험생의 입장을 가장 완벽하게 생각해서 강의를 해주셨기 떄문입니다. 상법은 1차에만 나오는 과목입니다. 또한, 어차피 법조문들 중에서 틀린 것이나 옳은 것을 고르는 말문제들로만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깊게 그 의미나 메커니즘을 파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1차 시험에서 점수만 높게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심유식 강사님의 강의를 들으면 좀 웃길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CPA정도의 시험인데, 전혀 이해는 안되고 그저 기괴한 앞글자를 따주면서 외워버리게 강의를 하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상법이라는 과목에 특성에 완벽하게 적합한 강의법이자 공부법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음수표법에는 상당한 logic이 숨어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전 심유식 강사님의 강의를 듣고 도대체 어음이란게 그래서 무엇을 하는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입추기추무배기추’라는 무적의 앞글자는 알게 되었고, 놀랍게도 어음이 뭔지도 모르는데, 저 앞글자 하나로 대부분의 문제가 풀렸습니다.
실제로 초시 1차 시험장에서도 ‘입추기추무배기추’ 하나로 2문제를 맞추고, ‘일베는무효다’로 한문제를 맞추고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심유식 강사님의 인강을 듣고, 그 다음 서브노트A에 단권화를 하였습니다. 애초에 직접 단권화를 할 것도 없이 그 270pg 정도 되는 얇은 책 한권에 고득점을 위한 모든 것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책상에서 상법을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밤까지 공부하고, 이제 그만하고 싶어질 때, 저는 이 서브노트 A만 달랑 가지고 집에 갔습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서브노트A의 파란색 글씨들을 위주로 하나의 그림처럼 외워버렸습니다.
그리고 객관식 문제는 전혀 풀지 않고, 시험 4일 전 쯤에 하루 날 잡고 심유식 강사님의 ‘빈지노(빈출지문노트)’라는 책에 있는 6회분 모의고사 통째로 풀어버렸습니다. 이 빈지노라는 책도 정말 완벽한 책인 것이, 근 10년정도 동안 기출된 모든 지문들 중 중복되는 것을 다 제거하여, 정말 봐야할 지문들만 모의고사형식으로 압축해놓은 것입니다. 이 책을 시험 전 막판에 한번에 풀어버리면, 전범위의 가장 중요한 내용만을 하루만에 1회독 해버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게 상법이 1차에서의 저의 효자과목이 되었습니다. 다른 수험생분들이 객관식 문제 1000문제 가까이 풀 때, 저는 최소한의 시간만 투입하였고, 다른 수험생분들도 당연히 저보다 뛰어나고 고득점 받으신 분들이 많겠지만, 적어도 효율성만큼은 저의 공부방법에 정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회계
1)재무회계
회계에 대한 저의 공부방법은 세법과 동일합니다.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으며 1/3의 시간을 회계에 써야합니다. 재시생부터는 연습서를 12월말까지 봐도 된다고 생각하고, 1월부터는 김기동강사의 객관식 책을 풀고, 그 다음 마무리로 김재호 강사님의 FINAL 책을 풀면 완벽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기동 강사님과 김재호 강사님의 시너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재호 강사님의 책은 항상 원리를 알아야 풀 수 있게 나와있어서, 정말 깊게 각 주제의 본질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반면에 김기동 강사님의 책은 모든 주제를 다 포함하고 있고, 숫자가 더러우며, 시험장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줍니다. 따라서 두 분의 책을 모두 풀어보면 본질도 깨닫고, 모든 경우에 수에 대비도 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초시생이라면, 김기동 강사님의 객관식 책은 무리라고 생각하고, 김재호 강사님의 기출베스트 책을 풀고, 그 다음 김재호 강사님의 FINAL책을 풀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2)원가회계
저는 초시생분들을 위해서 한마디 해드리고 싶습니다. 어차피 80분 중에서 5분은 정부회계에 쓰고, 5분은 마킹에 쓰면, 70분이 남습니다. 재무회계는 총 35문제이고, 보통 초시생이라면 한 문제에 2번정도는 잡아야합니다. 결국, 제 결론은, 정부회계와 재무회계를 풀면 이미 시험시간이 끝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1차 때 원가는 버려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시험장에서 몇문제 못풀고 끝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회계와 세법과는 성격이 다르게, 공부해야할 이론이 많지는 않고, 좀 재능이 중요한 과목 중 하나이므로, 1차 때 소홀히 하였다 하더라도, 충분히 2차 때 따라잡을 수 있는 과목입니다. 현실적으로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정부회계
저는 1차에서는 최고의 효자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엄청나게 쉽고, 20강만 들으면 5문제 중 최소 4문제는 공짜로 맞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특히, 회계는 50문제를 80분안에 풀어야해서 그 시간압박이 엄청난데, 정부회계는 모두 말문제로 5분안에 5문제를 풀 수 있으므로, 재무회계를 풀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준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좋은 과목입니다. 1월 즈음에 인강을 들으면 적당한 것 같고, 시간을 많이 쓸 필요 없이 인강을 쭉 들어 완강한 후에 가끔씩 복습만 해주면 충분합니다.
6. 과목별 공부방법 : 2차
세무회계
저는 세법을 2차 과목 중 가장 좋아했습니다. 저는 1차 때는 이승철 강사님을 베이스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4유예 이후로 친구의 추천을 받아서 강경태 강사님으로 바꾸었고, 강경태 강사님의 강의는 개인적으로 너무 완벽하게 저에게 잘 맞았습니다. 저는 CPA를 준비하면서 가장 감사했던 강사님을 두 분 뽑을 수 있는데, 한 분은 상법의 심유식 강사님이고, 다른 한분이 세법의 강경태 강사님입니다. 분명히 다른 강사님들에 비해서 지엽적인 것을 안가르치는 편이 아닌데,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서 매끄럽게 설명을 너무 잘 해주셔서, 오히려 암기할 것이 훨씬 적어보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저는 세법은 정말 강경태 강사님만 믿고 따라갔습니다. 다른 GS 모의고사들, 세무회계리뷰, Actual Test, 세무회계Final 등 시중에 다양한 마무리 모의고사 책들이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너무 고난이도거나 지엽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고, 그냥 강경태 선생님의 연습서만 충실하게 추려나가면서 실력을 다지면 합격하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차의 모든 과목들에 대해서 ‘연습서를 마스터를 하게 되면 전국구 등수가 나올 것이고, 연습서를 충실히만 공부해도 합격이다’라고 생각했었고, 실제로 연습서에만 충실했던 공부법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 것 같습니다.
재무관리
재무관리 또한 연습서 외에는 공부한 것이 없습니다. 저는 김종길 강사님의 동차강의를 들었고, 동차 때 유일하게 합격한 과목이 재무관리였습니다. 제가 느낀 재무관리의 특징은 원가와 함께 재능의 비중이 좀 큰 과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무관리는 1차의 쉬운 난이도에 비해서, 2차는 같은 과목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그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CPA과목들 중에서 가장 수학과 연관된 과목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제가 조언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챕터별 중요도입니다. 재무관리는 크게 CAPM, MM및 기업자본구조이론, 옵션과 채권 등 파생상품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 CAPM이랑 MM 파트는 옵션과 채권 파트에 비해서 공부할 때는 훨씬 수월합니다. 반면에 옵션과 채권파트는 처음 공부할 때 깜짝 놀랄 정도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험장에서 점수를 벌 수 있는 부분은 후자입니다. CAPM과 MM은 기본개념은 쉽지만, 그 개념을 응용해서 무궁무진하게 많은 신유형의 문제들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실제로 매년 태어나서 처음 보는 문제들이 나옵니다. 책에도 없는 문제를 시험장에서 어떻게 맞추겠습니까. 예를 들어, 16년도에는 기존에 MM만 출제되던 출제 기조에서 벗어나서 Harris & Pringle이라는 모형이 최초로 출제되었습니다. 이 때 대부분의 수험생이 건드리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제가 합격한 19년도 때도, 기존의 3요인 모형에서 나아가 시장포트폴리오 수익률의 제곱항이 회귀분석 식에 포함된, 그 어떤 수험서에도 실려있지 않은 문제가 나왔습니다. 분명히 제가 알고 있는 것은, ‘그 회귀분석 식에서 알파는 젠센의 알파이다’가 끝인데, 물음은 ‘이 알파는 젠센의 알파가 아니다. 그럼 무엇일까?’이었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살짝 나왔고, 그냥 소설을 쓰듯이 하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옵션 및 채권 파트에서는, 그래도 정형화된 문제유형들이 반복적으로 출제됩니다. 따라서 난이도가 어렵다고 해서 그 부분에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력 파트로 삼아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유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위에서처럼 태어나서 처음 보는 문제가 나왔을 때 행동강령이 중요합니다. 이 때, 당황하지 않고, 이건 어차피 아무도 못푼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무리 오답임이 확실해도 뭐라도 꼭 쓰고 나와야 합니다. 정 생각이 안든다면 물음이라도 그대로 쓰고 나오셔야 합니다. 재무관리와 원가관리에서 백지는 독입니다.
회계감사 ★자신있는 과목
감사는 제가 가장 점수가 낮은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공부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릴 과목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4유예생이었고, 1차도 다시 응시하였기 때문에, 거의 동차생들과 비슷한 위치에 놓여있었고, 4달밖에 없는 그 짧은 기간 동안 감사를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4유예생 치고, 매우 효율적으로 감사를 공부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단 권오상 강사님의 유예 인강을 들었습니다. 일단 인강개수부터 너무 많아서 압박감이 큽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실무 절차를 기준서 특유의 딱딱한 외국어 같은 문장들로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에, 전혀 와닿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과목들은 그래도 딱딱 숫자로 떨어지기라도 하지, 이 과목은 이해도 잘 안되는 줄글들을 끊임없이 외워서 직접 써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은 저유예생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 과목이지만, 동차생들이나 다유예생들 입장에서는 가장 괴로운 과목일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저의 4유예생으로서의 위치를 현실적으로 고려하여, 1000페이지를 가뿐하게 넘기는 두꺼운 스터디가이드책을 저만의 노트(115pg)짜리로 압축해버렸습니다. 하루에 3강정도를 듣고, 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직접 노트북으로 타이핑 쳐서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이 방법이 저의 합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일단, 달달 외울 필요 없이, 중요 내용들을 직접 타이핑 치면서 사실상 그날복습을 한 효과를 냈습니다. 저처럼 100-200pg로 압축한 ‘목차’라는 것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직접 정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범위를 줄일 수는 있지만 복습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딱딱한 기준서 문장들을 제가 실제로 시험장 가서 쓸 저만의 문장으로 살짝 개조하여 적었기 때문에, 훨씬 부드럽게 외울 수 있었고, 외운 문장을 그대로 시험장에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편리하였습니다.
물론, 주요 키워드들은 무조건 다 들어가야한다는 점에 유의해야합니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 취해야할 절차에는 스터디가이드 상으로는 4-5개가 되지만, 제가 현실적으로 외워서 쓸 수 있는 3개 정도만 골라서 그것만 정리하였기 때문에, 범위를 가장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노트로 압축한 이후로는 아예 저의 노트만 달달 외웠습니다. 스터디가이드는 제 노트를 한 바퀴 외우고 나서, 스터디가이드 사례문제를 한번 쭉 풀어보기 위해서만 펼쳤고, 그 외에는 펼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제 노트만 4번 정도 달달 외웠습니다. 결국 시험 전 막판에는, 주요 제목들만 핸드폰에 적어서 밖에 나가서, 2시간 정도씩 산책을 하면서, 핸드폰에 적힌 제목을 보고, 그에 해당되는 노트 내용들을 줄줄 외우는 식으로 공부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시간이 매우 부족한 동차생분들과 다유예생분들은 한번 이 방법을 고려해보아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가회계
원가는 재무관리와 속성이 가장 유사합니다. 오히려 재무관리보다도 더욱 재능의 비중이 클 수도 있습니다. 다만 원가회계는 수학보다는, 언어논리나 자료해석능력 쪽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가는 최근 출제경향을 보면, 너무 어려워서 30점 정도만 맞아도 붙을 수 있을 정도로 나왔습니다. 특히 제가 19년도 동차 때 원가를 쳤는데, 19년도 원가가 CPA 역사상 가장 어려운 원가 시험이었습니다. 일단 1번부터, 보통 대안을 주고 그 대안들을 가지고 분석을 해야하는데, 대안이 N개라고 나와있고, 그 대안을 직접 만들어보고, 자기가 만든 대안들을 이용해서 분석하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10분동안 머릿속이 하얘진 채로 덜덜 떨다가 다음 문제로 넘겼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문제들도 도저히 건드릴 수 조차 없을 정도의 난이도로 출제되었습니다. 30분정도 지났을 때, 이미 떨어졌음을 확신하고, 거의 반 포기 수준으로 남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무력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이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극악의 난이도로 나왔을 때, 결국 백지 싸움임을 깨달은 것입니다. 저는 그전까지만해도 답이 아닌 것을 알면서 그 오답을 답안지에 적는다는 개념이 아예 없었습니다. 그래서 19년도 원가 시험때는 정답을 전혀 모르겠고 오답은 적을 수 었었기에 45점 정도를 백지로 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극악의 난이도로 나오면, 어차피 모두가 똑같이 못 푸는 상황에 놓이고, 그럼 결국 오답이라도 백지 없이 뭐라도 적은 사람에게 점수를 준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만약 제가 대안 N개 중에서 헛소리로라도 아무 대안이나 몇 개 쓰고, 뚝심있게 물음 몇 개만 오답이라도 작성하였다고, 합격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시험때는 절치부심하여, 극악의 난이도로 나왔을 때에 대비한 마인드트레이닝을 충분히 하고 시험에 임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시험도 작년 만큼은 아니지만 5과목 중 가장 어렵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전 작년을 교훈삼아, 침착하게 그나마 풀 수 있는 문제들을 침착하게 풀어내고, 딱 봐도 못 풀 것 같은 문제 3번과 4번은 각각 물음들 중 절반씩만 풀고 바로 넘어갔습니다. 문제마다 물음들을 몇 개씩이라도 건드리고 넘어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렇게, 올해에는 꽤나 좋은 점수로 원가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강사는 임세진 강사님의 인강을 들었습니다.
재무회계
회계는 식규걸 모의고사(김현석,최창규,신현걸의 공저 재무회계 모의고사 문제집)와, 김재호 GS모의고사 3회분의 조합으로 해결하였습니다. 유일하게 연습서를 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식규걸 모의고사를 사실상 연습서라고 여기고 공부하였습니다. 저 조합은 정말 완벽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식규걸 모의고사는, 총 11회분으로, 기본편 5회, 심화편 6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단 난이도가 어렵고, 양도 매우 많고, 심지어 대부분의 문제가 ‘회계처리를 하시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나올 수 있는 주요 주제들은 거의 다 들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재고 식규걸 모의고사를 풀다 보면, 일단 손가락이 부러져라 끊임없이 풀어 나가야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1-2 문제는 최소 못 풀게 됩니다. ‘이걸 다 풀 수가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그만 풀고 싶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압박 속에서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서 충격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거의 과락이 날 것 같다고 생각하며 걱정하였으나, 점점 그 극악의 난이도와 양에 저절로 적응이 되었고, 결국 실제시험 때는, 식규걸을 통한 스파르타 훈련 덕분에, 처음으로 회계에서 시간이 남아서 정답을 적어올 수 있는 여유로운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다만, 식규걸은 혼자 풀게 되면 30분만에 시간을 멈추고 침대에 눕게 될 확률이 농후하므로, 무조건 스터디를 통해서 해야합니다. 스터디 명 수는 4명정도가 제일 적당한 것 같고, 실력이 좋은 사람들과 스터디를 해야 점수 차이를 통해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제 친구와, 고시반에서 10등권에 있던 2명과 함께 넷이서 4월부터 1주일에 두번씩 식규걸 스터디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11번의 스터디로 사실상 회계를 끝냈습니다. 연습서 몇회독을 스터디 11번으로 대체하였으니, 충분히 남는 장사였습니다. 그리고 스터디가 끝나면, 식규걸에서 주요 문제들로 추려서 혼자 한번 더 풀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시험 전 막판에 김재호 강사님의 GS 모의고사 중에서 1회, 2회, 3회를 풀었습니다. 일단 문제의 질이 상당이 좋고, 김재호 강사님이 이 3번의 모의고사에서 모두 110점 이상이 나오면 합격을 100% 보증할 수 있다고 하셔서, 110점 이상을 목표로 혼자 시간을 재고 풀어봤습니다. 막판 정리 및 감 유지로 적절한 것 같습니다.
7. 슬럼프와 극복방법
저의 슬럼프는 2019년도에 4유예가 뜨기 전까지의 기간입니다. 사실 슬럼프라고 칭하기도 민망한 것이, 슬럼프란 것은 평소에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부침을 겪는 기간을 말하는 것인데, 저 기간 전에도 항상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한심한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저 기간이 으뜸으로 한심하였고, 으뜸으로 한심한 만큼 많은 것을 깨닫고 제 자신을 180도 변화시킬 수 있었던 전환점이었기 때문에 슬럼프 기간으로 뽑았습니다. 저는 초시 1차시험에 390점으로 합격하였습니다. 고득점은 아니지만 넉넉한 점수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 점수를 받을 자격이 없었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첫 1차시험 전까지 2일 정도 공부하고 3일정도 음주가무를 즐기는 꼴로 수험생활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시험 1주일 전, 저는 이미 합격할 확률이 0%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회계는 주당이익이나 차입원가 정도의 주제들은 버린 상태였고, 세법은 국기법, 상증세법, 퇴직소득, 양도소득 등은 당연히 버리고 중요한 법소부 파트 조차 아리까리한 상태였고, 재무관리는 MM공식을 까먹을 정도에서 2월에 부랴부랴 일일특강으로 되살렸고, 원가관리는 2017년 1월 이후로 공부해본 바가 없었고, 경영학과 경제학은 객관식강의 완강이 갓 끝난 상태였고, 상법도 기본강의 완강이 갓 끝났었습니다. 절망하게 된 저는 그냥 이번 시험은 참가에 의의를 두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시험 1주일전에 친구들과 거하게 술자리를 가지고, 다음날 일어났더니 오후2시였습니다. 그 때부터 미국드라마를 정주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8시간 남짓을 자취방에 처박혀서 기생충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 때 한번 전환점을 겪을 수 있었습니다. 같이 CPA를 준비한 한 친구에게 전화가 온 것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솔직히 아직 실력이 쌓이지 않아서 이번 시험을 포기할 수 있지만, 너는 그래도 끝까지 해볼만 한 것 같은데 왜 그러고 있냐?’ 라고 말해주었죠. 그 때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들면서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씻고 나가서 남은 일주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간, 저는 정말이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거의 잠을 자지 않다시피하며 공부를 하였습니다. 시험 1주일 전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의 진도상황에서, 실날 같은 희망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정말 최선의 벼락치기 계획을 세웠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문제를 풀다가 책상에서 기절하듯이 엎드려서 자고, 다시 일어나서 공부하는 식의 생활을 하였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상법이 특히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시험 4일전즈음에 상법 서브노트 한권만 달랑 가지고 카페에 가서 밤새서 12시간동안 서브노트에 파란색으로 강조된 부분만 무식하게 눈에 발랐습니다. 그날 제 생각에 상법 30점 정도는 올린 것 같습니다. 그렇게 초인적인 1주일을 보내고 첫 1차시험을 응시하였고, 정말 기적이 일어나서 꽤나 나쁘지 않은 점수로 합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 저는 정말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안 좋은 상황이라도, 아무리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모하더라도 도전하는 것이 수험생으로서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올림픽’. 이 단어가 가장 위험한 단어입니다. ‘어차피 이번 시험은 준비가 안되어있으니까, 어차피 이번 시험은 붙을 확률이 거의 없으니까, 이번은 시험삼아 보고 내년에 제대로 해야지.’ 이러한 생각은 수험생활을 장기화시키는 지름길이며, 제가 주변에서 많이 관찰해본 결과 그렇게 올림픽으로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그 다음 해에도 또 올림픽이나 다름없는 실력과 마음가짐으로 시험을 치게 됩니다. 악순환이 되는 것이죠. 만약 제가 저의 친구의 조언에도 포기했다면, 그 해 1차를 떨어지고, 악순환이 계속 되어, 지금 이 순간 합격수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연습서를 펴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기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끝까지 포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졌다 하더라도, 끝까지 달려본 사람은 그 다음 해에 거진 무조건 합격할 수 있습니다. 시험장에 가서 앉아있다 온다고 시험장경험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합격을 위해 눈물이 나올것 같은 기분을 참아내며 벼락치기를 하여 시험장에서 다 쏟아붓고 오는 것, 그것이 바로 시험장 경험입니다.
8. 수험생활 중 아쉬웠던 점
제가 가장 제 수험생활에서 후회되었던 점은 제가 위의 ‘슬럼프’ 단락에서 설명드린 ‘불가능해보이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첫 1차시험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직후 첫 2차기간에 정작 그 교훈을 실천하지 못하였습니다. 물론 변명은 있습니다. 사실 1차를 기적적으로 붙긴 했지만, 저는 원래 객관식 시험에서는 귀재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하지 않은 파트라 하더라도 그럴싸한 선택지를 골라서 맞추는 능력이 상당했습니다. 초시 1차 때도, 정말 그럴싸해보이는 것 찍어서 맞춘게 상상 이상으로 많았습니다. 사실상 찍기로 붙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2차 시험기간이 되었을 때, 저는 실질적인 실력은 금융자산 조건변경 정도의 주제조차 모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2차시험은 서술형 시험이지 않습니까. 더 이상 저의 찍기 실력으로 커버할 수 없는 시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말도 안되게 적은 투입시간으로 1차를 붙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고, 또다시 오만방자한 생각을 갖게 됩니다. 정말 친한 형 중에서 18년도에 합격한 사람이 있는데, 그 형조차 저의 1차시험결과를 보고 깜짝 놀라서, ‘너는 초시동차할 수 있겠다’ 라고 하며 회계감사를 챙길 것을 추천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자랑스럽게 회계감사 스터디가이드를 구입하여 자랑스럽게 열람실에 하루이틀 들고 다니다가, ‘나 어차피 시험 결국에는 잘보는데 좀만 쉬다가 시작해볼까?’ 라는 제 마음 속의 작은 아이가 악마같이 속삭였습니다. 공부는 탄력 받기는커녕 하루 하루 열심히 하는 게 그리도 힘든데, 노는 건 정말 탄력을 잘 받더군요.
그렇게 3월과 4월의 절반을 개운하게 음주가무로 보냈습니다. 그러다 4월 중순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음을 깨닫고 짐을 싸서 본가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며칠만에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초시동차 해보겠다고 자기 실력도 자각하지 못하고 회계감사 인강부터 신청했는데, 그 원대한 꿈에 비해서 회계감사 4강 수강, 나머지 과목 0강 수강은 너무나도 초라한 상황이었습니다. 들어보니 4월 중순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강 듣는 것은 최소 2/3정도는 완료하는 시점이라고 하더군요.
드디어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계획을 수정하였습니다. 어차피 회계랑 세법 실력이 1차 또 운으로 겨우 붙은 수준이고, 거기다가 이 둘은 절대적인 시간 투입을 필요로 하는 과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회계랑 세법은 포기하고, 변동성이 큰 원가랑 재무관리를 주력으로 가져가고, 이미 인강 신청한 회계감사는 어쩔 수 없이 가져가는 계획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하였는데, 이 3과목만을 하기에도 이미 베이스가 너무 없었고(원가는 17년도에 기본강의만 완강하고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재무관리도 MM공식을 까먹어서 1차전에 일일특강으로 급조한 상태), 1달반을 날린 것이 너무 타격이 컸습니다. 결국 5월부터는 이미 망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냥 ‘아몰랑’하는 심정으로, 친구들이 있는 안암동으로 놀러다녔습니다. 1주일 중에 3일 정도는 본가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4일은 친구 자취방에서 지내면서 놀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결국 6월달이 되었는데 회계감사는 아직 인강을 70%정도 들은 상태였고, 원가는 갓 인강을 완강하였고, 재무관리는 거의 완강한 상태였습니다. 현실적으로 회계감사는 이미 합격이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고, 결국 회계감사마저 버리고 원가와 재무관리 총 2과목만을 챙겨가는 회세감버동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 몇명이나 있을까요 동차 때 3과목을 버린 사람이? 지금이야 웃긴 에피소드지만 그 당시 스스로 느낀 자괴감은 엄청났습니다. 결국 그렇게 한심한 생활을 한 죗값을 4유예라는 성적표를 통해 뼈저리게 받게 되었습니다.
첫 1차 때, 위에서 서술하였듯이 매우 값진 교훈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직후에 스스로 그 교훈을 부정해버리는 우를 범했습니다. 그 때 아마 제가 얻은 교훈을 새겨서 끝까지 도전하였다면, 그래도 4유예가 떴을 것입니다. 하지만 훨씬 좋은 실력을 가진 4유예생이 되었을 것이며, 다행히 바로 다음 2차시험인 이번 시험에서 4과목 모두 합격하긴 하였지만, 그래도 보다 더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시험에 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 이번에 한과목이라도 삐끗하여 다시 한번 유예생이 되었다면, 저 시기를 가장 후회했겠죠. 어찌됐든, 그렇게 4유예생이 되고 그래도 저는 다시 한 번 제 자신을 다잡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고, 최대한 공부시간을 남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치열하게 노력하여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9. 수험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1) CPA에 합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3요소
제가 생각하는 CPA에 합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3요소는 머리, 공부시간, 공부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이 3 요소의 지분이 동일하게 1/3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부시간을 정말 기본적인 수준도 채우지 못하여 고배를 마신 적이 있었고, 결국 4유예 이후에 한 번 정말 개과천선하여 눈물이 나도록 열심히 공부하여서 수험기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시간의 지분은 1/3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마저도 보통 우리가 말하는 순공부시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소한의 시간은 확보해야합니다.
그러나 몇 시간을 앉아서 공부를 하느냐보다는, 그 농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차피 제 자신은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절제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남들과 같이 장기간 동안 매일 10시간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였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앉아있는 시간동안에는 그 누구보다도 짙은 농도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공부하는 시간동안에는 극도의 집중력을 유지하였고, 기계적으로 외우거나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체계화된 암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주제의 전체적인 메커니즘을 능동적으로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에서 생각해내는 훈련을 반복하였습니다. 일단 극도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의고사가 아닌 연습서 문제를 푸는 경우에도 최대한 제한시간을 부여하고 스탑워치로 시간을 재서 실제시험처럼 시간압박 속에서 최대한 열중하여 풀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결국 연습서 한번을 회독하면 30번 정도의 모의고사를 응시한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체계화된 암기 및 메카니즘의 완벽한 이해를 위해서, 책을 보고 외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언제나 능동적으로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메커니즘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통 이럴 때 저는 밖에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산책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하나의 주제를 잡고, 그 주제에 관련된 주요사항들, 문제를 푸는 과정 등을 체계적으로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다시 자리로 돌아오면, 휴식과 공부를 동시에 한 것 같은 효과가 나왔고, 그냥 냅다 서브노트를 읽어서 달달달 외운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효과가 나왔습니다. 하나의 큰 그림으로 암기가 될 수 있다면, 시간이 지나서 일부분을 까먹게 된다 하더라도, 그 부분은 다시 책을 찾아보면 순식간에 복구됩니다. 물론 최소한의 공부시간은 확보되어야 하지만, 그 시간이 비교적 남들에 비해서 짧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동안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농도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적은 공부시간을 극복하고도 오히려 더 앞설 수도 있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저는 공부를 끝내고 나면, 항상 머리가 정말 깨질듯이 아팠습니다.
농도있는 집중력 뿐만 아니라, 공부방법도 정말 중요합니다. 공부방법은 사람마다 너무 다양하고, 하나의 정답과 같은 공부방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누가봐도 잘못된 공부방법을 가지고 있고, 주변에서 그러한 방법은 좋지 않다고 조언을 해주어도 듣지 아니하고 고집을 부린다면, 전 그런 사람은 사실상 CPA에 붙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재무회계 인강을 완강하고 세법 인강을 듣고 있는데, 이미 들은 과목도 큰 줄기를 까먹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복습을 해줘야함에도 불구하고, 재무회계 쭉 듣고 사물함에 처박아 놓고, 세법만 또 쭉 듣고 사물함에 처박아 버리는 사람도 본 적 있습니다. 딱봐도 잘못된 공부방법임을 알 수 있는데, 조언을 충분히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방법을 고집하였습니다. 그리고나서 시험에서 떨어지고, 분명히 공부를 다 했는데 왜 떨어진지를 잘 모르겠다고 하였습니다.
또 다른 예시로, 상법을 공부할 때, 자꾸 공부한 법조항에 어떠한 logic이 존재하는지 생각하면서 시간을 장시간 소비하는 사람도 본 적 있습니다. 상법은 1차에만 있는 과목이고, 단순 암기과목이므로, logic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글씨들을 하나의 그림처럼 외워서, 틀린그림찾기를 하는 느낌으로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logic을 생각해내면서 태평하게 공부하는 방법을 택하였고 결국 전범위를 커버하지도 못한 채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이처럼 잘못된 공부방법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저는 공부방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으므로, 계획을 짤 때 항상 친한 합격생 형에게 하나하나 feedback을 받도록 노력하였고, 잘못된 공부방법을 하였을 때 빠르게 feedback을 수용하고 즉각 시정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공부시간 동안 농도있는 집중력을 발휘하는 습관과, 항상 공부방법을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해나간 것이, 적은 공부시간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2) 같이 수험생활을 이겨나갈 수 있는 친구와 같이 공부하는 것이 몇 배는 유리합니다
같이 수험생활을 이겨나가는 친구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4유예가 뜨고, 재시를 준비하고 있던 매우 친한 과동기와 함께 학교 고시반에 입실하였습니다. 그리고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20년도 1차시험과 2차시험을 위해 공부를 하였습니다. 물론 친구와 같이 공부하면, 확실히 노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친구가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고 잠시 나와서 얘기나 하자고 하면 그렇게 해줘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단점이 아니라 엄청난 장점입니다. 그 휴식을 할 때, 공부 얘기를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혼자라면, 아마 핸드폰이나 보면서 시간을 보냈겠죠. 하지만 친구랑 있으면, 같이 쉬러 나가서, 서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질문하고 설명해주고 같이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들어가서 공부하기 너무 싫을 때, 둘이서 세법 퀴즈를 내면서 학교 벤치에서 노닥거린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효과는 열람실에 틀어박혀서 외우고 푼 문제들보다 훨씬 컸습니다. 한 번 누군가에게 말로써 설명을 해주게 되면, 그 부분만큼은 절대 까먹지 않게 됩니다.그래서 저는 항상 주변에 준비하는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면, 다 같이 공부하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친구랑 같이 공부하게 된다면, 공부방법이 잘 못 되었을 때 바로 친구가 이를 지적해줄 수 있고, 정보도 더 많으며, 서로 자극도 될 수 있습니다.
(3) 효과성을 해치지 않는 내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를 추려나가야 합니다.
저유예생이 되면, 시간이 충분하고, 최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해아하기 때문에, 연습서를 전수로 여러 번 회독하고 gs도 풀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차생, 다유예생들은 그렇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부를 더 많이 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1차 끝나고 시간은 4달 뿐이지 않습니까. 소수의 괴물들을 제외하고, 보통 사람들은 저 많은 양을 다 소화해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연습서를 풀때마다 과감하게 문제를 추려나가야되고, 중요도를 따져서 버릴 것은 확실히 버려야합니다. 그리고 GS는 4유예생, 5유예생, 동차생은 풀면 안됩니다. CPA시험의 특징은, 항상 태어나서 처음보는 개념이 튀어나오고 극악의 난이도를 가진 문제도 수두룩합니다. 하지만, 결국 합격을 시켜주는 것은 중요하고 기본적인 부분들입니다. 예를 들어, 재무회계에, 듣도 보도 못한 개념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금융자산에서 이자부분을 분리하여 양도하고, 주당이익도 어렵고 연결도 어려운데 연결주당이익이 있고 등등등. 저유예생이라면 이런 주제들까지 커버하겠죠. 하지만, 결국 이런 어렵고 지엽적인 주제들은 결국 안나옵니다. 나와봤자 한 두 문제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공부했다해서 실제 시험장에서 맞출 수도 없습니다. 그냥 모두가 틀리는 공평한 문제입니다.
정말 CPA를 합격시켜주는 주제들은 유형자산 감가상각+재평가, 금융자산 손상+재평가 등의 누가봐도 중요하고 기본적인 주제들입니다. 이러한 주제들만 다 마스터하면 붙는데 전혀 지장없습니다. 따라서 한 회독을 할 때마다, 다음 회독을 할 때 풀 문제들을 중요도에 따라서 과감하게 줄여서 리스트를 만들어야합니다. 저는 전과목별로 제가 만든 리스트가 있습니다. 보통 인강을 들으면서는 최대한 전수로 풀어보고, 혼자 복습하는 첫 회독때부터는 바로 절반으로 추려서 풀었습니다.
(4) 결국에는 깨닫게 됩니다. 조급해하지 마세요.
CPA의 묘미는 해도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마냥 지식이 줄줄 빠져나간다는 것입니다. 저도 공부할 당시에는 항상 오늘 공부한 것이 며칠만 지나도 가물가물해지는 것을 느끼고, 이 시험이 진정 인력으로 붙을 수 있는 시험인지 의심스러웠던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반복학습을 하면 결국에는 깨닫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까먹은 게 아니라 아직 기억들이 파편들로 머릿속에 흩어져있는 것입니다. 반복학습을 하다가 어떠한 임계점을 넘게 되면, 결국 그 파편들이 드디어 하나의 그림으로 합쳐지고, 그 순간부터 실력이 폭발적으로 늘게 됩니다.
저의 최대 약점은 사실 재무회계였습니다. 4유예가 뜨고 나서 입실한 학교 고시반에서, 저는 4번의 2차 형식의 자체 모의고사에 응시하였고, 여기서 2등~6등 정도의 매우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항상 재무회계의 과목별 등수는 40등언저리여서 매우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1월 즈음에, 신기하게도 객관식 재무회계를 풀다가 ‘돈오’라는 것이 오게 되었고, 정말 폭발적으로 실력이 늘면서, 1차 138점, 2차 119점으로 최고의 효자 과목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이해안되고 까먹는다 해서 좌절하지 않고 반복학습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시험은 정말 어려운 시험입니다. 웬만한 각오와 동기부여로는 시간만 몇 년 날리고 아무것도 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리고 된다 하더라도 생각보다 그 과정에서 압박감과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관문만 넘게 된다면, 그 모든 노력이 보상받을 것입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농도 있게 집중력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하고, 연습서에 충실하며, 문제를 추려나가면서 효율적인 공부를 하시면, 꼭 좋은 결과가 있으실 것입니다. 저처럼 한심한 수험생활을 보내다가 회세감버동이 되었었던 사람도, 그래도 어떻게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 결과, 수험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CPA 수험생들 여러분, 지금까지 저의 합격수기를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다들 정말 파이팅입니다!!